어떤 날들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의 이론』은 다른 사람에게 추천했던 몇 안되는 소설책 중 하나였다. 문학/예술에 대한 나의 추천은 성공했던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으나, 처음 책을 읽고 나서 꽤 깊은 여운이 남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물리학, 주인공들의 관계 정도) 그 분위기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이 들어 앤드루 포터를 검색해보았고, 그의 신간보다는 초기작들에 대한 궁금증이 더 강해졌다. 애초에 다작을 하는 작가가 아닌건지 우리 나라에 들어온 책이 별로 없는건지 생각보다 무언가를 골라야 할 정도로 작품이 많지는 않았다. 몇 개의 책 중 그의 초기 작품인 어떤 날들, 원제 In between days를 주문했다.
잠깐 길을 벗어나자면 아이 둘을 키우면서 독서를 취미로 갖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24시간 눈을 뗄 수 없는 유아기 아이와 함께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세계를 확장시킨다는 관점에서 육아도 독서 못지않게 그 기능을 하지만 역시 이따금 현실 너머의 세상을 갈구하게 될 때에는 나도 모르게 아이를 앞에 두고 한 두 쪽이라도 책을 읽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식으로, 거의 한 달 정도 틈틈이 읽어 내려갔다.
책의 3/4 정도가 지나갈 때에는 이렇게까지 길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 1/4는 정말 여태 읽은 게 아까워서 끝까지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작품에서도 내가 좋아했던 그 작품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고 찝찝한 결말마저..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기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우습게도 주인공 가족과 우리 가족의 구성원이 똑같아서 그런 면에서 몰입되는 부분은 있었다. 아마 20대 혹은 신혼 때 읽었다면 끝까지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의 평가
앤드루 포터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재미있게 읽어보았고, 불행한 남의 집 사정에 관심 많은 애 하나 이상 유부남/녀라면 읽어볼만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