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운전자가 되기 위하여
운전하기
친애하는 모든 운전자들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나의 운전면허
나의 운전면허 취득은 3년 전 봄과 여름 그 사이 어느 날이었다.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현 회사의 입사 전날에 도로주행 시험을 치러 갔기 때문이다. 20대에는 누구나 그렇듯 그럴싸한 계획만 있었고 실제로 한 번 시도해보긴 했지만 주행 연습을 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중도에 그만뒀었는데, 돌이켜보면 20대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무책임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것이, 당시 여자친구(현 와이프)와 멀리멀리 여행가고 싶은 마음도 컸고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 그 동안 내가 갖고 있었던 도시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도 사실인지 궁금했다. 서울의 운전 난이도가 극악이라는 이야기 또한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과 부채감(?)의 힘이 더 컸다. 서른이 넘어서 운전면허가 없다니 어쩐지 멀쩡한 성인 남성답지 않은 느낌이랄까?
집 근처에 운전면허장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어 집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의 운전면허 연습장을 등록했다. 평일에 가기는 힘드니까 매주 주말마다 가서 수업을 듣고, 회사 근처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필기시험을 보고 다시 연습장에서 기능, 주행시험을 모두 치렀다. 별다른 우여곡절같은 것은 없었고, 기억에 남는 것은 도로주행 감독관이 지나치게 날이 서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당시에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나한테 이렇게 화를 내고 차갑게 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라도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운전 초보들이 핸들을 잡은 차를 하루 종일 타야한다면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면허 취득, 그 후
사실 면허를 딴다고 바로 차를 살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공유 차량 서비스를 많이 이용했다.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S모 서비스의 이용 레벨이 VIP 바로 아래단계니, 꽤 많이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아닌가?). 전국으로 놀러다니지는 못했지만 이전에 없던 자유로운 느낌으로 여행지를 다녔다. 가장 좋았던 것은 제주도 여행이었다. 정말 결혼 전에 따 놓길 잘했다고 생각한 것이, 제주도는 도저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할 수 없었을 것 같다(심지어 신혼여행인데!). 처음엔 내가? 운전을 한다고? 차를 몰고 저 도로로 나간다고?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내가 도로에서 만난 대부분의 운전자가 친절했고, 초보 운전자로서 쉬운 도로만 골라 다니면 운전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큰 사고도 없었다. 어디 놀러가서 주차된 차를 빼내다 기둥에 차 문을 살짝 긁은 것 빼고는 사고랄 것도 없었고, 일단 복잡한 서울 시내만 초 집중해서 빠져나가고 나면 웬만한 지방은 서울만큼의 차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 아이가 생겼고 이제는 내 차를 구매할 때가 되었다!
자차를 구매하다.
아마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나는 언제까지고 차를 살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운전 자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인지 생각보다 피로감이 심했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항상 주차난이라 평일 기준 오후 5시만 되어도 주차할 곳이 없었다. 지금 사는 곳을 처음 구할 때에는 차를 구매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주차에 대해서는 남일처럼 생각했고, 이는 우리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도저히 차가 없으면 외출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자차 구매를 결심했고, 계약일로부터 1년을 기다려 지금의 차를 받게 되었다. 지금은 주행한 지 3개월 정도 지났고, 지금까지 큰 무리 없이 차를 운행하고 있다. 사실 얼마 전에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 옆 차를 긁어 생애 첫 자동차 보험을 개시했다(…). 대인 사고가 아닌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자동차를 공업소에 맡기기로 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운전이 무섭다. 나는 나의 운전 재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지금은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특히 차폭감이나 다른 차들과의 간격을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우리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는 이중주차가 거의 필수적인데, 덩치 큰 차들이 이중주차를 하고 있으면 빠져나가는 데 꽤 애를 먹는다. 얼마전 한 번 해먹은(?) 후로는 자신 없을때는 그냥 민망함을 무릅쓰더라도 앞, 옆에 주차되어있는 차주분들께 전화를 해서 차를 빼달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아내가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나와 다르게 바깥 공기를 마시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몸일 뿐더러, 외출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말에 아내와 아이를 태우고 근교로 나가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은 전적으로 가정의 평화를 가져온다. 아내도 좋아하고, 육아 시간도 빨리 가고, 나도 마음이 편하다.
지금의 차가 아마도 우리 아이가 어느정도 클 때 까지 우리 가족의 안전한 운전을 책임져야 할 것 같으니 기회가 될 때마다 운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다. 무조건 안전하게 또 안전하게. 만에 하나라도 대비하는 마음으로 운전해야겠다고 한문철 티비를 보며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