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즐거움(희)
하지만 노애락을 곁들인
즐겁지만은 않은 아이 돌보기
언제부터인가 자기소개를 할 기회가 생기면 내 취미는 육아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비율로 따지면 즐거움과 행복은 지극히 짧은 순간에 가깝지만 처음 만난 사이에 그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웃는 얼굴과 웃음소리만으로 모든 피로가 풀리는 마법같은 순간이 있다. 짜증과 울음소리로 인내심이 바닥을 향해가던 순간을 극복할 수 있는 찰나의 행복인 것이다.
현재도 진행중이긴 하지만 우리 아이는 요 몇주간 감기로 몸이 좋지 않았다. 어디선가 옮아온 감기로 콧물이 줄줄, 침은 질질(이건 원래도 그랬다.), 밤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기침을 해댔다. 초기에는 중이염도 같이 왔는데, 약을 먹자 빠르게 좋아졌다. 하지만 콧물과 기침은 정말 정말 오래 갔는데 원래도 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열심히 관리해주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왔다. 콧물 때문에 밥도 못먹고 물도 제대로 못마시는 아이를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다행히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바로 대응할 수 있었는데, 만약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회사를 옮기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 와이프의 육아휴직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내가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즐거운 이야기
우울한 이야기만 했지만 아무튼 우리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 얼마 전 영유아 검진에서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 키를 제외하고는 잘 발달하고 있었고, 요즘은 꽤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기도 하다. 슬슬 걸으려는 건지 스스로 일어서기 놀이를 계속 하고 보행기 비슷한 것을 잡고 혼자서 집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한 인간의 성장을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본다는건 정말 경탄의 연속이다. 불과 1년 전에는 어른 팔뚝만한 크기의 조그마한 아기였는데.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우리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올라오신 적은 몇 번인가 있었지만 4~5시간 거리의 부모님 댁에 내려가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아이가 밤잠에 든 틈을 타 내려가기로 계획하고 출발했는데 밤 운전이 생각보다 정말 어려웠다. 그 날 컨디션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졸리기도 했고, 중간에 아이가 깨서 엄청나게 우는 바람에 마지막 한시간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운전했는지 잘 모를 정도였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잘 다녀왔는데, 정말 다녀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버지가 아이를 이렇게 좋아하실 줄이야. 집에 내려가있던 이틀 내내 우리 아버지 덕분에 아기는 발에 땅을 닿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아기를 데리고 장터도 가고 산책도 하고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도 구경하고 농사일도 구경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울컥했다. 내 아들과 나와 아버지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어머니께 더 자주 우리 아들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다시 즐겁지만은 않은 이야기
아무튼 육아는 계속된다. 어쩐지 아이가 점점 자의식과 고집이 생기는 것 같다. 식성도 성격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어느 방향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바뀌는 것 같다. 그러면 나와 아내는 다시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겪어나간다. 그 과정이 사실 쉽고 즐겁지만은 않다. 90%, 어쩌면 99%의 고난 속에 찾아낸 1%의 성공의 즐거움이 다시 아이에게 마음을 다 할 힘을 준다.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언제까지나 아이에게 무한한 믿음을 줄 수 있는 부모이자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겪어야 할 고난이라면 기꺼이 겪어 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