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를 증명해야 하는 시간
10년에 가까운 커리어를 이어오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치열하게 보내지 않은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얼마만에 뛰어든 구직 시장인지 상상도 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인 터라, 이런 시간 또한 아직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한 일을 글로 써서 정리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또 그 사람들에게 말로서 내가 해 온 일들을 설명하는 일. 이 단순한 한 문장 사이 사이에 내가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 숨어있다.
지금까지 몇 개의 회사에 지원하고 만났는 지 모르겠다. 이야기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곳도 있고, 몇 번의 인터뷰 끝에 인연이 닿지 못한 곳도 있다. 사실 모든 전형을 마친 곳도 없으니, 당분간은 계속해서 구직중인 상태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이렇게 정리하는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이어지는 거절과 거절의 끝에 남은 나의 조각난 멘탈을 지금이라도 주워 모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10년차 개발자가 여기저기서 거절당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꽤 유쾌하지 않다. 개발자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필요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이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한 달 정도 겪은 후의 나는 한 달 전의 나와 어쩐지 많이 달라져버린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족들에게 조금 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게 되었다. 아내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지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한 순간도 마음 놓고 제대로 쉴 수는 없다는 것도 꽤 큰 애로사항이다.
나는 과연 정말로 능력이 없는 사람일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시장이, 시대가 원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과연 내가 그런 것인지, 아직 그런 시장을 찾지 못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이 어쩐지 이제는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구직인 것인지, 과연 어떤 회사에 가야 할 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나의 가치를 증명하고 헌신하는 것.
그런 기회를 찾는 것 조차 어렵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