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나는 집중력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전형적인 시간 쏟아붓기 방법으로 공부를 했다. 고등학생 떄는 그게 통했는데 대학생때는 이미 집중력 좋고 똑똑한 애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니까 나만 나락으로.. ㅎㅎ

이런 상태에서 온갖 전자기기로 둘러싸여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다보니 나는 한 가지 일을 10분 이상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나만 그런걸까? 나만 이렇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된걸까? 글을 쓰는 도중에도 화면 전환하며 노래를 고르고, 그러다 구미를 당기는 영상을 발견하면 한참 영상을 본다. 일 하다가 찾은 자료를 타고 들어가 일과 전혀 상관 없는 문서를 보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종이책은 읽지 않게 된 지 오래고, 화면 속의 글자들을 띄엄띄엄 읽어내려간다.

나는 이런 내 상태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작은 아기 앞에서 스마트폰을 할 때 아이와 부모가 단절되는 영상을 보고 나서는 소름이 돋았다. 내 아이도 한참 놀다가 나를 보고, 나와 눈을 맞추지 못하면 또 혼자 노는 모습을 아내가 알려주었다. 도저히 이렇게는 살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TLDR

저자는 몇가지 이유로 우리의 집중력이 고갈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흐름을 개인의 노력으로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국가적, 범 조직적 움직임을 통해 극복해야 하며 이는 달성하기 어렵지만 몇가지 예시(여성 인권 신장 등)를 통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몇 개의 IT 기업들은 본인들의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고객들의 집중력이 약화된다는 사실을 알고있지만 애써 모른척 하고 있다. 이런 행태를 바로잡는 것에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오만한 낙관주의이며, 일종의 특권의식에 가깝다. 집중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 할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래는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들이다.

  • 멀티태스킹.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극한의 문맥 전환(context switching)을 하는 것일 뿐이다. 문맥 전환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결국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
  • 수면 부족. 현대 사회는 만성 수면부족을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지배되고 돌아가고 있다.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뇌 기능을 상당히 약화시킨다.
  • 감시 자본주의를 구축한 거대 IT 기업들이 사용자들의 집중력을 지속적으로 착취하고 있다. 늘어진 상태로 SNS가 제공하는 무한 스크롤이 집중 의지를 앗아간다.
  • 딴생각, 휴식을 죄악시하고 자책하게 만드는 문화. 인간의 뇌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할 때 창의적인 일을 한다.
  • 스트레스. 계속해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황(통장 잔고 없음, 말 그대로 목숨의 위협 등)에서 고차적인 일에 집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길러야 하나?

  • 무시되고 있는 근본적인 ADHD 치료. 약의 효과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 ADHD라는 현상 이면의 원인을 파악하고 고쳐야 한다.
  • 여러분이 아이일 때 했던 것들(밖에서 뛰어놀기, 스스로 실용적 문제 해결하기)을 자식들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세상은 점점 안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

위에서 말했듯이 개인의 의지로 집중력을 되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집중력의 부족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렇다고 손놓고 세상이 내 집중력을 모두 앗아가주길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개인의 노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온라인 세상 속이 아닌 현실 세계로 눈을 돌려야한다. 아이들과 진심으로 교감하고 스스로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부끄럽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산만하게 덮었다 폈다, 메일을 확인하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았다. 이 글도 전날 쓰기 시작해서 몇 문단 쓰고 다른 일을 하다 돌아왔다. 이렇게 나의 집중력은 이미 많이 망가져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나는 이 문제의 해결은 육아를 통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진심으로 교감하고, 돌보고, 아이의 세계를 스스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으로서 나 자신이 매몰되어있던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현실에 관심을 더 가지고 스스로 집중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 집중한다. 휴식의 중요성을 인정해 최선을 다해 쉬고 딴생각을 하며 보내는 시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아이와 나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부모인 나부터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