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4살은 실존한다

첫째가 36개월을 지나며 이제 만 4살에 접어들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가장 큰 변화는 동생이 생긴 것일테고, 이사와 함께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새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조금씩 힘든 순간이 있었어도 이정도로 키우기 힘들다 싶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매일매일이 전쟁에 가깝다. 전쟁터에서나 날법한 고성과 악다구니, 그리고 살벌한 격투(?)까지 하루도 큰 소리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 옛날 처음 아이를 안았을 때, 분유를 먹일 때, 이유식을 먹이면서도 우리 첫째는 정말 키우기 쉽다고, 이렇게 잘 자는 아이는 없을 거라고 아내와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 아내는 이미 그 시절 아이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예민하고 불안하고 또 자기 중심적인 아이의 모습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이것이 아이가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의 일부임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힘든 일과 끝에 집에서 마주해야 할 참혹한 현실로 인해 고되기만한 마음으로는 쉬이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아이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번쩍 들어 방으로 데려와 침대에 앉혀(언젠가는 눕혀) 혼내는 일이 많아졌다. 우리 아이같이 예민한 아이들은 공포스러운 상황에 훈육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많은 온라인 육아 선생님들로부터 배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잠시 아버지 이전의 인간 언저리로 돌아가곤 한다. 그러고 밤에는 후회로 눈물을 흘리는, 여느 인스타그램의 육아 영상에서 보던 남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가 찬다.

온 가족의 고생, 과연 그 끝은

육아가 가장 힘든 것은 그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평생일거라 마음속으로는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끝없음에 대한 압도적인 현실에 정말 눈 앞이 캄캄해질 때가 많다. 나도 아내도 점점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아마 가장 힘든 것은 첫째 본인일지도 모른다. 사실 본인이야말로 이 세상에 태어나 의지할 데라고는 부모밖에 없는데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현실이 얼마나 좌절스러울까?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모로서 역할은 반드시 해야한다. 아이가 제대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 지켜야할,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해 끈기있게 알려주고 또 이해시켜야한다. 요즘 아이가 말을 잘 하게 되면서 왜 나를 계속 혼내는거야 혹은 엄마 아빠가 나를 달래줘야지, 이해해줘야지 등의 말들을 할 때는 정말 기가 찬다. 그저 버티며 일관성있게 알려주어야 하는지, 누가 답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글을 쓰고 보니

아이에게는 최근 몇 개월이 변화의 폭풍 그 한가운데였겠다 싶다. 본인 스스로도 몸과 마음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와중에 주변 환경까지 변하니 중심을 잡을 새도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미 최고의 아빠가 되기는 글른것 같고 그저 아이의 마음 속에 최악의 아빠만 아니길, 화도 덜 내고 조금 더 놀아주고 아이가 내 앞에서 마음 편히 웃고 기댈 수 있는 아빠 정도만 되어도 내 인생에서 할 일은 다 했겠거니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 둘째 육아가 나를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애써 외면하고싶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