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유수와 같이 흐른다

그동안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같은 동네지만 이사를 했고, 첫째는 어린이집을 옮겼고 둘째는 벌써 생후 6개월차에 접어들었다. 회사에서의 삶도 작게나마 변화가 있었던 바람에 일과 가정 모두 한동안 폭풍같은 변화를 겪었다. 모든 것을 다 잘해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애초에 모든 것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정확한 자기객관화는 몇 안되는 나의 장점 중 하나이다. 매 순간 주어진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절반 정도만 해내는 것이 나의 최선이다.

아이들은 너무나 귀엽다. 내 생에 이렇게 귀엽다는 말을 많이 한 날이 (앞으로도) 있을까. 너무 큰 사랑으로 벅차오를때, 어쩌면 내가 사는 동안 가장 행복한 시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런 행복하고 황홀함에 젖을 수 있는 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지나야할 지난한 순간들로 이루어져있다. 부쩍 말을 안듣는 첫째에게 큰 소리로 화내며 혼내는 순간들, 바닥에 드러누워 떼쓰는 아이 옆에서 절망하던 순간들, 대부분은 그런 순간들이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행복은 그 힘든 순간들의 보상을 찾는 처절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이 일상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우리 가족이 이 땅에 단단히 발딛고 설 수 있게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 해야 한다. 나는 그 일에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가치가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가족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평화를,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그리고 소중한 일상을 지키고 만드는 것.